고개를 살짝만 돌리면 바깥이 훤히 보이는, 한쪽벽이 온통 유리창인, 그런 공간에 앉아 있는데,
남친님께서 '눈온다'라고 메세지를 보내온 후에야 고개를 돌려 보았어요.

아아아.

2006년의 첫눈이자, 제대로 함박눈입니다.
(며칠전 진눈깨비요? 우리 그런거 안 쳐줍니다. ㅎㅎㅎ)
많이 많이 옵니다.
가심이 벌렁벌렁합니다. ^_________^

올 주말 보드장은 제대로이겠구나.
동생들 네명 정도 보드 가르쳐주기로 했는데, 다 취소하고 혼자 라이딩 해버릴까 하는 충동. ㅎㅎㅎ
참, 내일이 둘째 언니 생일인데, 내일 올것이징. 에잉.

조금씩 흩날리던것이 지금은 창밖이 온통 하얗네요.
핫쵸코 한잔 타서, 멍하니 내다보기 5분, 실시 ^^*

아, 그리고
기념으로 시 한편 안 읊을 수 없죠. 호호^^*

+++++++++++++++

눈 오는 날엔 - 서정윤

눈 오는 날엔
아이들이 지나간 운동장에 서면
나뭇가지에 얹히지도 못한 눈들이
더러는 다시 하늘로 가고
더러는 내 발에 밟히고 있다.
날으는 눈에 기대를 걸어보아도, 결국
어디에선가 한 방울 눈물로서
누군가의 가슴에
인생의 허전함을 심어주겠지만
우리들이 우리들의 외로움을
불편해 할쯤 이면
멀리서 반가운 친구라도 왔으면 좋겠다.
날개라도, 눈처럼 연약한
날개라도 가지고 태어났었다면
우연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만남을 위해
녹아지며 날아보리라만
누군가의 머리 속에 남는다는 것
오래  오래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것조차
한갓 인간의 욕심이었다는 것을
눈물로 알게 되리라.

어디 다른 길이 보일지라도
스스로의 표정을 고집함은
그리 오래지 않을 나의 삶을
보다 <나> 답게 살고 싶음이고
마지막에 한번쯤 돌아보고 싶음이다.
내가 용납할 수 없는 그 누구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갈 것이고
나에게 <나>이상을 요구하는 사람이 부담스러운 것만큼
그도 나를 아쉬워할 것이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은
보지 않으며 살아야 하고
분노하여야 할 속에서는
눈물로 흥분하여야겠지만
나조차 용서할 수 없는 알량한
양면성이 더욱 비참해진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나>조차
허상일 수 있고
눈물로 녹아 없어질 수 있는
진실일 수 있다.

누구나 쓰고 있는 자신의 탈을
깨뜨릴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서서히 깨달아 갈 즈음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볼 뿐이다.
하늘 가득 흩어지는 얼굴
눈이 내리면 만나보리라
마지막을 조용히 보낼 수 있는 용기와
웃으며 이길 수 있는 가슴 아픔을
품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으리라,  눈 오는 날엔.
헤어짐도 만남처럼 가상이라면
내 속의 그 누구라도 불러보고 싶다.
눈이 내리면 만나보리라
눈이 그치면,
눈이 그치면 만나보리라.


+++++++++

몇 안되는 데양이 외우는 시 중 하나.
그러나 그중 가장 좋아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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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 이혜진 노래 Trackback from우리나라의 블로그 2006/11/30 15:40

    눈...사실상의 첫눈이 내렸다...왜 눈이 오면마음이 설레는 걸까...세상을 온통 하얗게 포근히 감싸주는 눈을 보면서우리도 그런 사랑을 갈구하는 것일까...눈이오면기분이 들뜬다...그러다 이내..오래된 친구들이 떠오른다...너무 오랫만이라서로 어색할지라도...메시지라도 주고받아볼까...이혜진 1집우리나라 벨소리 컬러링

  • 첫눈이 왔다~!!! Trackback fromY@Diary 2006/11/30 16:43

    바로 글을 올리고 싶었지만... 이제서야 글을 올리네~~~ 올해~~ 겨울이 되고 나서~~ 눈다운 눈은 처음 보는것 같다. 막혀있는 맘의 심정을 뚫어줄 것만 같은 눈이었고 그 눈속에서 나의 나쁜기운들을 씻어내고 싶어진다.

  • BlogIcon Daisy 2006/11/30 12:08

    덴장, 분위기 다 잡았는데,, 눈 그쳤넹 =33333

  • BlogIcon Hee 2006/11/30 12:54

    그러게요 눈이 그쳤네요..
    생일날 눈내려서 나름 좋아라 했는데..
    그나저나 시를 외우고 계시다니.. 존경스러워요
    전 외우고 있는 시가 하나도 없는데 ㅎㅎ;;

    • BlogIcon Daisy 2006/11/30 13:05

      생일축하드립니다!! ^^*
      생일날 눈오면 기분이 참으로 묘해요, 그쵸?? 그랬죠??
      저도 생일이 겨울인지라;; ^_^

  • BlogIcon piper 2006/11/30 13:49

    다소 일찍 그친 눈에 '차라리 오후에 내리지...' 하며 말끝을 흐리게 되네요.
    그래도.. 보았으니 되었네요. ^^

    • BlogIcon Daisy 2006/11/30 15:32

      그러게요, 차라리 오후였으면,,, 보드장 눈들이 녹지 않을텐데 ㅡㅜ

  • BlogIcon 나비 2006/11/30 15:21

    ㅎㅎ 보드타시러 가시는군요...전 아랫쪽에 살아서 그런지 스키장간건 손에 꼽을정도..히~

    • BlogIcon Daisy 2006/11/30 15:32

      아래쪽이라면, 개장은 늦을지 몰라도,, 천혜의 '무주!'가 있잖습니꽈!!!! ㅡㅜ

  • BlogIcon 언니(큰) 2006/11/30 15:27

    스키장에 갈 시간 있으면 나한테도 연락좀 하라 일요일빼고 토요일은 갈수 있어 한번 가보자
    재미있나 보게 너만 가지 말고

    • BlogIcon Daisy 2006/11/30 15:33

      올겨울 주말은 거의 늘 갈꼬야. 언니가 시간나면 연락을 하셈~ 애들 보드는 가르쳐 줄께 ^^

  • BlogIcon seyo 2006/11/30 15:39

    앗 나도 이 시를 줄 줄 외우던 시절이 있었는데.. 분명히.. ^^;;;;

    저도 겨울이 생일인지라.. 생일날 오는 눈에 대해서.. 기분 묘하게 흥분한다에 한표^^

    • BlogIcon Daisy 2006/12/01 09:55

      겨울아이. 란 노래도 많이 들으셨었겠어요. ㅎㅎㅎ

  • BlogIcon 바오밥 2006/11/30 17:50

    눈 눈 눈... 눈이 보고 싶다구요 ㅠㅜ
    여긴 남쪽지방이라 왠만해서 절대 눈구경 못한답니다..
    사실 눈 오는 줄도 몰랐는데..(여긴 낮에 해가 쨍~) 최파타 듣다가 알았다죠...

    + 첫눈 보고 싶어서 네이~ 에 '서울첫눈' 검색했더니.. 예전 사진들만... 좌악~
    그만큼 눈(snow)이 고파요~~

    ++ 서정윤 홀로서기 시집 정말 좋아했었는데..
    가슴 사무치게 절규하며, 밑줄 좌악 그으며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
    방금, 책장에서 책을 찾아봤는데..
    마지막장 아랫쪽에.. '1988년 3월 28일 제일서점에서..'라는 문구가...벌써 그렇게... ^^

    • BlogIcon Daisy 2006/12/01 09:57

      대구 사는 아이가 부사수로 있었는데, 눈이 오니 정말 광분(^^;)하더라구요. 그모습을 기억하니 바오밥님 맘을 조금 이해할 듯. ㅎㅎㅎ

      아니 그게 책장에 아직 있으세요?
      전, 이사를 두어번 하다가 없어진건지, 누굴 빌려준건지, 흔적도 없;;
      아마 중학교때 나온 시집이었을건데, 선물 무지하게 했던 기억;; ㅎㅎㅎ

  • BlogIcon 백마탄환자™ 2006/12/02 06:20

    저도 8년을 대구 살았지만
    눈이 내리는 날을 본 게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뭐, 다른 데 가 있으면 꼭 눈이 왔다고 메세지가 오고는 했지만 그걸 포함해도
    열 번을 채우긴 힘들 듯.
    광분하는 거 이해가 되네요.

    허나 저는 군대를 최전방 양구에서 복무했었던 관계로
    첫해 겨울의 첫 눈에 그만 GG를 쳐버렸으니(훈련소에서 첫 눈을 맞은).. -_-
    무슨 눈이 쓸고 뒤 돌아보면 쌓여있고 쓸면 쌓여있고..;;
    눈 쓸다가 주말을 다 보냈드랬지요.
    (황금같은 훈련소에서의 주말인데!!!)
    빨래도 못 하고.. -_-

    • BlogIcon Daisy 2006/12/03 21:17

      엇. 환자님 글 읽으니 떠오르는 재미난 우스갯이야기가 있는데, ㅎㅎㅎ 찾아서 포스팅해야겠어요.
      아실랑가요? 하얀똥덩어리 라는 일기형식의 이야기인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