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길었던 시댁에서 돌아오는 고속도로 정체길 위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싱글일때의 나의 명절 연휴는 어떠했었지??
아아아아 ㅡㅜ 기억도 나지 않을뻔 했지만, 이내 기억해내고는 괜히 서글퍼 했다.

다운받은 영화나 드라마들과 만화책과 소설, 그리고 친구들과의 거한 일잔...
이런것들이 모두 배제된채 보낸 명절이 생소하여 아직까지도 멍~ 하구나.

+++++
(소위 명절휴가일지 - 길다. 왠만하믄 패스하삼 ^^;)

금요일이 마침 진료날짜라 일찌감치 퇴근했다.
아침 10시. 정말 일찍 퇴근했다. ㅎㅎㅎ
그리고 병원엘 가 진료받고(아 정말 너무 대충 진료하는거 아냐?@@ 손가락 마디마디가 너무 아프다고 했더니 '부어서 그렇지 머' 한마디 달랑 ㅡㅡ+) 마침 언니가 병원에 들른다고 하여 만나서 점심먹고 엄마집으로 =33

엄마집에 미리 와있는 조카를 만나서 태교하고(조카랑 노는것 자체로 태교가 된다네. 요즘 말이 부쩍 늘어서, '어머 이쁘다~' 라고 말하면 '이쁘지?'하고 되묻고, '귀엽지? 재밌지?' 하고 되묻고, 이제 겨우 30개월 주제에 어른을 설득하기도 하고, 아주 여우짓이 장난이 아니다. ㅎㅎ 사랑이 마구 샘솟아.) 은징네 집으로 데려다줄 신랑을 기다리는데, 오지를 않네. ㅡㅜ

빌어먹을 현대 모비스.
연휴 전날 퇴근 직전에 뭔 일을 부탁해서리 신랑은 저녁 9시가 다 되어서야 엄마집으로 왔다네.
3~4시쯤 퇴근하리라 예상했었는데,, 내 참 어이없어서.
그리하여 연휴 직전 친구네 집 마실가는 일정은 허무하게 무너져버리고, 그냥 우리집으로... ㅡㅜ

토요일.
마냥 집에서 쉬다가, 오후에 잠시 쇼핑 겸 나가 시아부지 웃옷 하나 사고, 저녁거리 장만해서 집에와 고대하고 고대하던 프리즌 브레이크 3시즌 첫회 감상.
(앗. 2회 나왔을까? =33 ㅎㅎㅎ 아싸 다운 걸었고)
못 본 캐왕사신기 두개 보고, 저녁먹고.. 그렇게 명절을 맞이한다.

일요일.
주섬주섬 짐 챙겨, 시댁으로 출발.
출발할 때 이미 성격 급하신 시아부지 언제 도착하냐 전화하시고, 10시 넘어 출발했는데 무슨 점심을 같이 먹겠다고 하시는지 @@;
예상대로 길은 그리 많이 막히지 않아 5시간 정도 걸려(평소엔 3시간 반쯤?) 시댁에 도착.


월요일.
음식은 큰집에서 다 준비한다며 할거 하나도 없다고 하시던 시엄니는 주섬주섬 뭘 준비하시더니 '적'부치자고 하신다. '전'을 '적'이라고 하는구나. 내가 아는 '적'이란건 꼬치를 이용한 산적류인데, 시엄니 및 김천사람들은 작게 부치는건 다 '적'이라고 부르는 듯.
그래, 전부치는데는 도가 튼 데양 자리잡고 앉아 일 시작했는데, ㅋㅋㅋ 시엄니 너무 초짜이신거라.
이 전 부치는데도 요령이라는게 있거덩요. 그래 이래저래 말씀드리며(가르치며?ㅋ) 후딱 해치웠다.
(그나저나 고구마, 깻잎 등 하고 잡탕전같은걸 부쳤는데 콘샐러드까지 넣은걸 보니 좀 신기하네... 전에 콘샐러드라니 ㅡㅡ;)

하여간 왜 부치는지 도통 이유를 모르겠던 전 부치기는 끝이나고(먹을일이 있어야 말이지), 어둑해진 시간 시엄니는 큰댁으로 차례 및 제사상 차리는걸 도와주러가시고, 임신한 며느리는 집에서 신랑이랑 놀다가 시외가댁으로 인사드리러 가 저녁까지 얻어먹고는 근처 '직지사'로 나들이!!!

집 가까이에 직지사 공원같은 곳이 있으면 매주 나들이 갈텐데.
시설 좋아, 공기 좋아, 물 좋아, 암튼 다 좋아. ㅜㅠ
그냥 한바퀴 휘휘 돌고 분수나 냇가 근처에 앉아만 있어도 건강해지는거 같아.


명절당일.
새벽같이 일어나(명절날 7시에 일어나면 새벽인거지 흑.) 곱게 한!복! 입어주시고(안 맞는다.ㅡㅜ 임신덕분에 살이 쪄서 더욱) 신랑과 함께 큰댁으로 출발.
생전 처음 명절 차례상 차리는것과 제사 지내는 걸 보았네 그려.
제사상 받으시는 조상님 여덟.꾸엑.
고생하는건 대대로 며느리들.
거참, 생전 보도 못한 몇대위의 조상들 밥상차리느라 고생하는 며느리들(큰엄니+울시엄니+큰댁에 며느님 둘)을 보노라니 어이도 없고, 이해도 안되고, 첫해라고 나는 걍 앉아서 구경하라고 열외시켜줘서 가뜩이나 한복입고 오도카니 앉아 구경하노라니 정말이지 @@;;;;
(이럴때 또 지겹게 읇는 말 나온다. '남자들은 잉여인간이라니까는 ㅡㅡ+' 효도도 대리로 하는구나~)

그니깐 귀신 모셔놓고 밥상차려 드리는거자나?
정말로 자기 엄마 아빠가 귀신되서도 밥먹으러 온다고 철썩같이 믿는거라 이거지?
교회다닌다고 제사 구경하지말고 부엌에 있으라고 배려해주시네? 그래 문틈으로 좀 구경도 하고 주섬주섬 전이랑 떡 줏어먹고 그러는데, 어머 절하고 술드리고 막 그러다가 단체로 뒤돌아 서서는 한 5분간 있는다???
식사하시라고 뒤돌아서있는거래.

끝나고는 제사에 쓴 음식들 먹는 시간, 그리고는 나물이랑 넣고 커~다란 양푼에 엄청난 양의 밥을 비벼서 다들 냉면그릇같은데다 한그릇씩 먹는다. 맛은 있더라. ㅡㅡ;

난 뭐, 제사음식 절대 안먹고 그런 주의는 아니라 즐겁게 체험(?!^^)해 주시고,,
그렇게 귀신님들과의 오전이 거의 다 갈 무렵! 성묘를 간다고 하는 소리 ㅡㅡ; 컥.

남자들 우루루 나서고 애들은 뭐가 재밌는지 '우리도 갈래~' 따라나서고,, 나는 또 괜스레 '처음이니까' 간답시고 따라나섰는데, 시엄니가 임신했다며 말리고 큰엄니는 가까운데 머~ 하고 띠밀고,, 그래서 따라나섰는데,
으으으 오지게 덥고, 한복은 쪼이고, 한복신발은 구겨신고, 뭣때문인지 재채기는 계속 나고 콧물도 질질나고,, 아주 딱 죽을뻔해싸... ㅡㅜ

원래 생각은 길도 막히고 이틀이나 전에 내려왔으니 명절아침만 잽싸게 먹고 서울 올라올 것이었는데 성묘까지 댕겨오니 12시 ㅡㅡ;
시아부지 왈, '진옥이네(시누이) 1시40분 도착한다니 보고가라'.두둥!!
하이고, 당신딸은 그리 일찍 도착하는디 울엄니 딸인 나는 왜 안 보내주오~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드만.
하고싶은말 참는 데양이 아니지. 신랑한테 내뱉어주시고.

그래 볼사람 보고, 시엄니 바리바리 싸주시는 짐을 챙겨서 2시 좀 넘어 서울로 출!발! 했는데....

거의 11시간 걸려서 왔다네.
새벽 1시에 도착했다네.
엄니는 기다리다 불켜놓고 잠드셨고,
큰언니네 작은언니네 11시까지 기다리다가 갔다하네.
운전에 기진맥진 뻗어버린 신랑도,
차안에서 꾸물떡 꾸물떡 몸이 다 굳어버린 나도,
몽롱하니 잠도 안와 힘겹게 한시간정도 버티다 잠들었다네.

다음날
작은언니네 다시 오라 부르고(조카 보고싶어서 ㅎㅎ),
하루종일 집에서 조카랑 놀다가 티비보다가 잠시 낮잠 잤다가,
추석전에 아일랜드로 떠났던 동생들이 일주일간의 짧은 유럽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해후를 풀고,
신랑 이발할때 되서 나갔다가 만화책 빌려와 온식구가 널부러져 만화책 보다가,
태왕사신기 하기전에 목욕재개 하고, 들마 보고, 바로 일어나 홈스윗홈으로 돌아와 뻗어 자버렸네.

++++

아따 길게도 썼다. 돌아보니 한일도 별로 없다만.
연휴 지나고 출근하니 할일이 태산.
온몸이 뻑적지근.
집밥먹다가 이제 사제밥(?) 먹을 생각하니 우울 ㅡㅜ ㅋ

신랑은 오늘까지 휴일. 부럽다.
그래도 퇴근하면 빨래해놓고 기다리겠지?
설마 밥도 해놓을까?(전엔 그랬는데 ^^;)
왠지 기대감 생기네 훔....

자 하루 버티자.
그리고 또 하루 지나면 다시 주말이다.

화이팅 벌떡엄마!!!

일해야지 =333333333


* 참, 다음 명절인 설날은 벌떡이 예정일이라네. 다행인건지 어쩐건지. 쩝;;
   이 말 들은 시부모님은 묘하게 실망하시는 듯한 표정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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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i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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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9/27 12:31

    우와 파란만장하다 ㅎㅎㅎ
    11시간 ㄷㄷㄷㄷ

    • BlogIcon Daisy 2007/09/27 14:35

      글고보니, 파란만장하다. ㅜㅠ

  • BlogIcon nangurjin 2007/09/28 14:10

    첫명절이셨군요..글쎄..전 첫 명절때 괜시리 눈물이 나더라구요. 울 엄마 추석때 음식 장만하는거..설겆이 하는거 도와주지도 못했는데 남의집??? 에 와서..고생?고생을 하고 있으니..어찌나 서럽던지요..ㅠㅠ
    친정을 일찌감치 가고 싶었는데 모두가 제 맘같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커다란 벽을 실감한 첫 명절이었네요..
    ㅠㅠ..이제 결혼한지도 만 7년이 넘었는데..그래도 명절은 언제나 처럼 부담이네요..
    싱글들의 명절..이제 정말 아득하네요..
    힘내세요

    • BlogIcon Daisy 2007/09/28 16:23

      아 ㅡㅜ 저도 명절 직전에 어찌나 우울하던지,,,
      앞으로 울엄마 명절이면 점점 더 외로워지실걸 생각하노라니니 ㅡㅡ+

      일하러 가는 며느리들과, 대접받으러 다니는 사위들.. 이거이거 썰 풀기 시작하면 끝없을거에요.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문화. ㅡㅡ+

  • BlogIcon 친절한 루인 2007/10/08 06:49

    아..경상도(제 고향인 경북 지역-경남은 잘 모르니)에서는 대부분의 전 종류를 사투리인 ~적(김치전-김치적, 배추전-배추적)이라고 하죠.. 콘셀러드를 넣은 전은 저도 처음 보네요(집안마다 차례상에 올리는 게 다르니깐요. 인터넷에 보니 차례상에 피자도 올린 곳도 있다죠?)
    고구마나 깻잎으로 만든 것도 저희랑 비슷하네요. 저희는 3남매인데(2명의 머슴애들과 1명의 공주) 모두 미혼이라서 명절이 되면 그냥 가족들만 모여서 차례 음식을 만든답니다. 부모님이 한 3~4년전부터는 "우리도 다른 집안의 아들 딸 데리고 와서 같이 명절 지내고 싶다- 며느리, 사위 보고 싶다는 이야기겠죠"고 은근히 재촉을 한답니다.
    그래도 임신한 몸으로 긴 시간동안 귀경하시느라 고생하셨네요.

    • BlogIcon Daisy 2007/10/08 08:51

      네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