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날들과 마찬가지로 새벽 분유 한끼를 뚝딱 해치우고는 아니나 다를까 한시간여가 흐르자 잠투정을 시작한다.
아기띠로 매자 좋아서 씨익 웃으며 나를 올려다 본다.
이때 표정 정말 작살. 아기띠를 좋아하는 우리 유민이.

'섬집아이'를 수십번 부르며 엉덩이를 수십차례나 툭탁거려 겨우 재워놓고는 시계를 본다.
오늘도 머리는 못 감겠군.

초스피드 스킨로션 바르고 나서 매일 좌절하는 순간 - 입을 옷이 없다.
무엇을 입어도 죄 촌스럽고,
그나마 좀 괜찮은 건 맞지를 않고....
그냥 또 어제 그 바지에 대강 가디건 걸치고 머리 질끈 묶고,,
내 짐 챙기고 유민이 짐 챙긴다.

잠들어 있는 애에게 모자를 씌우고 잠바를 입히고 왼쪽 팔로 어깨에 세워앉는다.
내 가방과 애 가방을 오른쪽 어깨에 들쳐맨다.

어? 비오자나? 제법 오는데?!!
낭패다.
우산을 하나 줏어 가방에 찌르고 담요로 애를 덮어 감싸안고 일단 빌라 1층으로 내려갔다.
왠일!!! 3층 아줌마가 마침 큰 우산을 접으며 들어선다. 아싸.

'안녕하세요~ ^^' 먼저 인사를 하시네.ㅎㅎ
'네 안녕하시죠?! 저기 저 차 있는데 까지 우산 좀 받쳐주실수 있을까요? 애기 좀 태울려구요'

몇 걸음 안되지만 비가 너무 거세게 쏟아져서 어쩔 수 없이 부탁한다.
기꺼이 응해주시고.
얼른 가서 가방부터 앞자리에 놓고 유민이는 뒷자리 카시트에.

날씨덕인지 카시트에 앉혔는데 잠시 눈 떠서 씨익 웃고는 다시 잔다. 땡큐.

아줌마께도 땡큐 날려드리고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길이 막히네? 반대 방향으로 돌아 돌아서 어린이집 도착.

차안에서 잠시 고민을 한다.
이거 애를 어떻게 데려간다????
차 문을 여는 순간 비가 들이닥칠텐데.

일단 가방을 꺼내 어린이집으로 뛰어가서는 원장에게 '우산 좀 받쳐줄 수 있나?' 물어봤으나,
돌 전 아가 한명만 달랑 와 있는 터라 원장이 도와줄 수가 없다네. 이런.

에라 모르겠다.
'문 열자 마자 애를 내 몸으로 가려 비 안 맞게 하고 잽싸게 담요로 싸매서 안으면 어떻게 되겠지?!.' 물론 나는 홀딱 젖겠지만.
라는 생각하며 비장하게 돌아서는데, 이때 또 왠 아줌마가 아파트 1층에서 장우산을 하나 펼치고 있는거돠. 아싸.

역시 부탁.
흔쾌히 오케이.
(사실 이런 부탁을 안들어주면 그게 인간이냐)

그저 비가 좀 왔을뿐인데 애로사항이 많구나.
그 20여분간의 짧은 시간 동안 몇시간 만큼의 에너지를 사용.

처음이라 그렇겠지.
그치만 다음 비올때는 어쩌지?
우비라도 살까?
지하주차장에서 출발해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면 좋으련만.

아이를 맡기고 나오는 그 몇 걸음동안, 많은 생각이 스치고.
간만에 '음악들으면서 비오는 날 버스타기' 놀이를 할까? 라고 생각하며 버스정류장을 향해 걷다가, 돌아서서 차로 왔다.
그냥 주차비를 감수하고라도 오늘은 자차로... ㅡㅜ


비를 좋아하는데,
이제는 비가 오는 아침마다 난처해질 입장.



+ 출근해서 엘리베이터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가관.
가끔씩 '왜 저러고 돌아다니나?' 하며 남을 보던 예전의 나를 생각해내고는, 씨익.
이래저래 매일매일 애엄마의 증거가 늘어가고 있다.
어서 노련해져야해. 왕도는 없어. 부지런 떨어야 해. 자신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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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lavender 2008/05/29 00:21

    초보엄마들 혼자서는 아이데리고 집밖 외출조차 겁내하는 경우 많은데.. 언니 멋지셈!! ^-^
    유민이가 엄마 생각해서.. 카시트에 앉아서도 씨익~하고 자주고.. 벌써 효녀네요..!! :D

    • BlogIcon Daisy 2008/05/29 10:07

      안해도 된다면 나도 안했을거야.
      해야하기때문에 하는건데, 하고보니 하게되더라고. (말이 좀. ㅎㅎㅎㅎㅎ)

      어른들 말 안 틀리자너. '닥치면 다 한다' ^__^